영화 <버스 44>에는 방관자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친절한 운전사가 몰던 버스가 어느 날 강도 습격을 당합니다. 승객들은 금품을 모두 빼앗기고, 버스 운전사는 강도들에게 폭행을 당합니다. 그러나 승객들 가운데 누구도 이를 저지하기 위해 나서는 사람이 없습니다. 곧 강도들은 사라지고 만신창이가 된 운전사는 한참을 말없이 승객들을 돌아본 후 다시 버스를 운전합니다. 그리고 얼마 뒤 그 버스는 언덕 밑으로 굴러떨어지고 운전사와 승객 전원이 사망합니다.
어떤 부당함에 대해서 침묵할 것인가, 목소리를 낼 것인가 하는 문제는 참 무겁고 어려운 선택입니다. 운이 좋으면 언덕 밑으로 버스가 굴러떨어지는 일은 피할 수도 있고, 빼앗긴 금품 조금 정도야 없던 셈 치면 되니 침묵이 나에게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운전사가 겪고 있는 고통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강도들의 잘못된 행동을 보는 순간 나에게 이것을 바로잡을 기회 또한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믿음, 많은 방관자 사이에서 함께 침묵하는 일은 진지하게 성찰해 보아야 할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