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명
게시글 검색
[생각한잔-33편] 손을 잡아 주는 것
(사)더함께새희망 조회수:785 183.102.27.155
2022-11-15 09:31:00
 

 

  

길을 걷는데 나이 지긋한 거지가 앞을 막아섰다. 빨갛게 충혈된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고 입술은 시퍼렇게 질렸으며 옷차림 또한 남루했다. 몸 여기저기에는 곪아 터진 상처도 많았다. 가난이 그를 이렇게 불쌍한 몰골로 바꿔놨겠지!

그는 퉁퉁 부은 더러운 손을 내밀며 애처롭게 구걸을 했다. 하지만 주머니를 다 뒤져도 지갑은커녕 손수건 한 장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시계도 차지 않은 맨몸이었다.

거지는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손을 내민 채 그대로 서 있었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 그저 그의 더러운 손을 꼭 잡고는 “어르신, 죄송합니다. 지금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네요.”라고 말했다.

거지는 입가에 웃음을 띠며 나를 쳐다보더니 차가운 내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선생님. 제 손을 잡아 주신 것만으로도 대단히 감사드릴 일인 걸요.”

그제야 나는 그 노인에게 한 수 배웠다는 것을 깨달았다.

 

 

왕징, 『철학의 즐거움』, 베이직북스, 2011, p.17

  

 

 

 

 

거지 노인은 오랜 시간 추레한 모습으로 구걸하고 다니면서 자신을 향한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았을 것입니다. 못 본 척 피하는 사람, 손가락질하고 욕하는 사람, 쓸모없는 것을 주고 가는 사람, 적선을 베푸는 자신의 자비심에 도취하거나 유세하는 사람...

물론 거지 노인은 한 푼의 적선에도 감사하였겠지만, 그 한 푼에 담긴 인간의 마음이 연민인지 동정인지는 느꼈을 것입니다.

 

연민과 동정은 같은 듯 다른 말입니다.

연민은 그저 불쌍하고 가련하게 여기는 것이라면, 동정은 불쌍하고 가련한 상대의 처지를 마치 내 일처럼 이해하여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도움을 베푸는 것을 말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타인을 향한 연민에는 나와 맞닿을 수 없는 거리감이 존재하는 반면, 동정에는 상대와 눈높이를 맞추고 손을 맞잡는 따스함이 담겨 있습니다.

 

아마도 거지 노인의 입에서 나온 감사의 인사는, 동전 한 닢조차 줄 수 없는 ‘나’의 꽉 잡은 손에서 진실한 동정을 느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동정과 감사를 주고받은 나와 거지. 비었으되 가득 차 있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가슴을 훈훈하게 데워줍니다.

 

  

더불어함께 새희망
yc11782@gmail.com
서울특별시 양천구 오목로 177 , 3층(신정동, 영인빌딩) 02-2606-8115
수신거부 Unsubscribe
SNS 공유

댓글[0]

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