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10년쯤 이어오던 어느 날, 불현듯 ‘더 이상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찾아왔습니다. 한번 밀물처럼 밀려드는 생각은 걷잡을 수 없었습니다. 원인을 모르겠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주변에서는 번아웃이니 슬럼프니, 진단을 내리면서 극복할 방법을 찾아보라고 하였습니다. 초심을 떠올려 보라, 직장을 옮겨보라, 자기 계발을 해보라는 둥 듣고 싶지 않은 조언 들 사이에서 생각은 점점 갈 길을 잃었습니다.
그때 우연히 멋진 여행 사진 한 장을 만났습니다. 갑자기 머릿속에 환한 조명이라도 켜진 것처럼 희망이 생기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몇 날 며칠을 고민한 끝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엄마, 저 좀 길게 여행 다녀오려고요. 직장은 좀 쉬고 싶어요. 용돈은 퇴직금으로 계속 보내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런데 이때부터 생각지도 못했던 ‘그런 회사에 언제든지 들어갈 수 있는 줄 아느냐’로 시작하는 질책과 회유, 설득이 이어졌습니다. 참다못한 저는 크게 폭발해서 더 이상의 이해 구하기를 포기하고, 결단을 내리고 선언을 한 뒤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 여행이 준 선물은 이랬습니다.
세상을 더 넓게 보는 시야를 갖게 하였고, 너그러운 마음을 품게 해 주었습니다.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고 있는지 지나온 인생의 궤적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내 삶도 설계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물론 앞만 보며 쉬지 않고 달리는 삶이 만족스럽다면 그 또한 좋겠습니다. 하지만 내가 발 디딘 이 땅의 풍경과 그 가운데 서 있는 나 자신, 그리고 우리 서로를 돌아볼 여유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