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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한잔-27편] 거북이의 침묵
(사)더함께새희망 조회수:769 183.102.27.155
2022-10-07 13:25:00
 

 

  

다시 토끼와 거북이를 본다. 게임 중간에 편안히 낮잠을 즐기는 토끼를 보라. 그 여유는 깨달은 자의 것이다. 이기건 지건 이미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인정한 자의 여유.

하지만 더 멋진 쪽은 거북이라고 생각한다. 거북이는 호들갑스럽게 토끼를 깨울 수도 있었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이렇게 한가하게 낮잠을 자느냐고 질책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거북이는 대역에서 빠져나와 낮잠을 즐기는 토끼의 선택을 존중했다.그 이해심은 게임의 구조를 완전히 이해한 자의 것이다. 이게 대단한 일이냐고? 대단한 일이다. 조금, 아주 조금 게임의 규칙에서 벗어나는 행동-사실은 상식적인-을 했을 뿐인데도 “아이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라는 주변의 빗발치는 충고를 받아야 했던 내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거북이의 침묵은 참으로 대단하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박현희, 「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 줄까」, 뜨인돌, 2011, 78

 

 

 

 

 

직장생활을 10년쯤 이어오던 어느 날, 불현듯 ‘더 이상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찾아왔습니다. 한번 밀물처럼 밀려드는 생각은 걷잡을 수 없었습니다. 원인을 모르겠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주변에서는 번아웃이니 슬럼프니, 진단을 내리면서 극복할 방법을 찾아보라고 하였습니다. 초심을 떠올려 보라, 직장을 옮겨보라, 자기 계발을 해보라는 둥 듣고 싶지 않은 조언 들 사이에서 생각은 점점 갈 길을 잃었습니다.

그때 우연히 멋진 여행 사진 한 장을 만났습니다. 갑자기 머릿속에 환한 조명이라도 켜진 것처럼 희망이 생기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몇 날 며칠을 고민한 끝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엄마, 저 좀 길게 여행 다녀오려고요. 직장은 좀 쉬고 싶어요. 용돈은 퇴직금으로 계속 보내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런데 이때부터 생각지도 못했던 ‘그런 회사에 언제든지 들어갈 수 있는 줄 아느냐’로 시작하는 질책과 회유, 설득이 이어졌습니다. 참다못한 저는 크게 폭발해서 더 이상의 이해 구하기를 포기하고, 결단을 내리고 선언을 한 뒤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 여행이 준 선물은 이랬습니다.

세상을 더 넓게 보는 시야를 갖게 하였고, 너그러운 마음을 품게 해 주었습니다.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고 있는지 지나온 인생의 궤적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내 삶도 설계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물론 앞만 보며 쉬지 않고 달리는 삶이 만족스럽다면 그 또한 좋겠습니다. 하지만 내가 발 디딘 이 땅의 풍경과 그 가운데 서 있는 나 자신, 그리고 우리 서로를 돌아볼 여유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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