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경제부 기자 시절 시중은행의 위폐 감별사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빠른 손놀림으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슈퍼노트초정밀 위조 달러를 감별해내는 ‘가짜 돈 전문가’였다.
궁금했다. 진짜 지폐와 가짜 지폐를 가르는 잣대가 무엇인지. 그와 주고받은 대화를 요약하면 대략 이렇다.
“차장님, 요즘 육안으로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한 위폐가 많다고 하던데요?”
“네, 그럴수록 진짜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해요. 가짜를 걸러내려면 진짜를 잘 알아야 하죠.”
“그렇군요. 그래도 가짜를 보면 뭔가 감이 온다거나 그런 게 있나요?”
“너무 화려하면 일단 수상한 지폐로 분류합니다.”
“네? 화려한 게 위폐일 가능성이 크다는 말씀인가요?”
“위폐는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 꾸민 흔적이 역력해요. 어딘지 부자연스럽죠. 가짜는 필요 이상으로 화려합니다. 진짜는 안 그래요. 진짜 지폐는 자연스러워요. 억지로 꾸밀 필요가 없으니까요.”
이기주, 「언어의 온도」, 말글터, 2016, p.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