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학교 교사로 재직할 때의 일이다. 내가 맡은 반 30명 학생 중에 학년말 시험에서 최하위를 한 학생이 있었다. 그 학생에게 관심이 끌린 나는 그가 시험 결과 때문에 몹시 좌절한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래서 그를 따로 불러 말했다.
“누군가는 이 반의 30명 중에서 30등을 해야만 한다. 올해는 네가 그 영웅적인 희생자 역할을 맡게 되었고, 따라서 다른 학생들은 반에서 꼴찌를 하는 불명예로 고통받을 필요가 없게 되었다. 이 모두가 너의 너그러운 마음씨, 자비심 덕분이다. 넌 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내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지껄이고 있다는 걸 우리 둘 다 알고 있었지만, 그 학생은 씩 웃었다. 그 아이는 더 이상 그 사건을 세상의 종말처럼 받아들이지 않게 되었다.
그는 이듬해에는 훨씬 성적이 좋아져서, 이번에는 다른 누군가가 영웅적인 희생자가 될 차례였다.
아잔 브라흐마,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연금술사, 2013, p.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