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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한잔-76편] 마법의 페이지
(사)더함께새희망 조회수:936 183.102.27.155
2024-01-22 14:29:00
 
76편  더함께새희망_에밀

 

마법의 페이지

 

-이걸 받아라. 모든 게 거기 있어…….

아버지가 말했다.

 

최고의 송아지 가죽으로 만들어진 안쪽 페이지들이 아주 깨끗하고 최상의 상태라는 걸 확인하고 나는 놀랐다. 거기엔 전부 일곱 페이지가 있었고, 모두가 완전한 백지였다. 어떤 글, 어떤 공리, 어떤 논증으로도 훼손되지 않았고 어떤 기호도, 어떤 절대적 교리도 없었다.

 

나는 대단히 정중하게 페이지들을 넘겼다. 그 순간 문득, 아버지가 더 말할 필요도 없이, 빛이 번득였고 나는 깨달았다. 아무것도 아직 쓰이지 않은 그 마법의 페이지들에서 올라오는, 인생 여정의 우발적 사건들과 사고들 따위는 아랑곳 않는, 저항할 수 없이 당당한 희망의 엄청난 크기를.

 

나는 책을 덮었지만 내 손에서 순수하고 새하얀 빛이 올라오는 것처럼 보였다.

 

로맹 가리, 「마법사들」, 마음산책, 2017, p.272

-발췌문 일부 중략-

 

 

태어날 때 우리는 저 책의 백지처럼 티끌 하나 없는 순백의 캔버스 같은 존재였습니다.

어른이 된 지금은 사회라는 틀 안에서 일률적인 색을 칠한 채 살아가고 있죠. 학교와 사회라는 옷을 입고 지식, 규율,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스스로를 진리라고 규정하는 것들로부터 우리를 가두고 제한하면서 말입니다. 그걸 어쩌면 잘 교화된 상태라고 말해야 옳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로맹 가리의 소설에서 주인공이 마주하는 순수한 희망의 빛은 아주 어릴 때의 나를 돌아보게 합니다. 무엇이든 꿈꾸기만 하면 이뤄질 것 같았던, 별처럼 반짝이는 꿈을 간직하던 그때.

 

어쩌면 칠해버린 색들을 이제 더 이상 벗겨낼 수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미완성으로 진행 중인 나의 인생을 떠올려 볼 때, 아직 희망은 있는 것 같습니다. 더 곱고 예쁜 색으로 덧입혀서 내 인생의 작품을 ‘나’라는 화가가 꿈꾸던 삶으로 가꿔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바로 그 희망 말이죠.

 

저는 오늘의 당신에게도 눈부신 희망의 빛이 남아 반짝이고 있기를 소망합니다.

내일은 당신도, 당신이 꿈꾸던 이야기에 조금 더 가까워지기를 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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