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생각하기에 ‘요즘 애들’은 버릇이 있는 것 같습니까? 없는 것 같습니까?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 이 말은 파르테논 신전에도 기록되어 있다고 그럽니다. 물론 낙서겠지요?
아무튼 버릇이라는 게 뭡니까? 아이들이 자기도 모르게 딱 태어나서 보니까 자기가 만든 것도 아닌데 세상에는 버릇이라는 게 이미 있는 거예요. 버릇은 단독자로서의 ‘나’들이 집단으로서의 ‘우리’가 되도록 만들어진 장치가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버릇이 없다는 말은 어른들끼리 만들어 놓은 어떤 틀 안에 그 아이들이 아직 들어가지 않았다는 얘깁니다. 이렇게 본다면 아이들한테 버릇이 없는 것은 아이들 잘못이 아니에요. 이건 아이들의 직업이에요.
여기서 또 한 가지! 어른들은 어른의 단계가 인간으로서의 이상적인 단계 내지는 바람직한 단계라고 착각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해요. 어린이들을 아직 어른이 아닌 단계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어린이를 미성숙한 상태로 본다는 것은 어른의 단계를 성숙한 단계로 전제하고, 그 시각으로 어린이들을 보고 있는 것에 불과합니다. 이러면 어린이는 어린이로서의 삶, 어린이로서의 세계를 한 번도 살 수가 없습니다. 항상 아직 미성숙한 어른으로서만 대접받는 것이지요. 어린이를 어린이의 세계로 돌려주어야 합니다. (일부 중략)
최진석, 「인간이 그리는 무늬」, 소나무, 2013, p.95